잔인한 4월......
이래저래 머리가 많이 아픈 봄이었어요.
상속세.....정리할 때가 되었는데, 상속이란 말 자체가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지라....또다시 맘이 울적해졌고.
회사에서는 나이도 어리고 입사 후배인데 직급은 나보다 높은 녀석이랑 한판 떴습니다.
정말 사십 평생 거의 안했던 짓인데.........큰소리로 싸웠어요!!!!!
아주 작은 업무 상의 일로 사이좋게 얘기를 하다가, 이상하게 얘기가 꼬여서 막판에는 직급도 낮은게....뭐 이런 식.
그 때가 금요일 퇴근 시간이었는데, 바로 친구랑 술집으로 고고싱.
주말에는 당장 월욜 되면 이노무 회사 관둔다! 였는데, 월요일에, 퇴직 얘기를 들어야 할 상사가 외근으로 내내 돌더니......
아놔, 일주일 내내 시간이 안 나는 겁니다.
그러니, 머리 속에서는 잡념이 기어 들고.......
관두고 또 뭘 하지? 해낼 수는 있을까?
여튼, 확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어요.
회사 다니는 것도 의미 없고......
그 노무 어린 것은 그 뒤로 조신하게 대해 주기는 하는데.......문제는 이 회사에의 미래없는 내 모습이지, 얘 자체가 아니거든요.
즉, 내가 이노무 회사에 있는 한, 난 영원히 그 얘의 부하인 거죠.
사설이 깁니다만.
여튼, 그 와중에 보현이가 결혼을 했고.
결혼식을 한 괌에는 결국 못 갔지만, 일본에서 직장 정리할 때 만나자! 하는 얘기가 있어, 희영과 전, 떠난 것입니다.
전, 여행 가기 전의 상황이 위와 같이 그닥 좋지 못했던 터라, 이번에는 정말 푸~욱~~~힐링하고 올 생각이었어요.
이 때까지 저의 여행 패턴이었던, 관광지 둘러 보느라 걷고걷고 또 걷는 짓은...육체적으로 학대하는 여행은 하지 말자..는 거.
그러나..............이번 여행도 완전 개고생이었어요.
저만, 귀국 비행기를 빨리 신청했지요.
아이를 떼놓고 가는 여행이라....집에 빨리 가야 될 것 같아서.
근데, 귀국 비행기 시간 때문에, 출국 비행기가 희영과 달라진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희영과 전, 같이 출발하는 줄 알았지만, 제 비행기가 1시간 늦었죠.
희영에게 욕을 듣고, 일단 출발. 근데, 제 비행기가 갑자기 현지 사정으로 1시간 연착이 된 것입니다.
(결국, 희영이는 2시간을 넘게 혼자 나리타 공항 지리 공부를 했다능).
남은 1시간 동안, 전, 의도치 않게 면세점 쇼핑을 하게 되었죠.
매장 언니의 영업술에 휘말려, 귀금속을 구입하고, 좀더 노력하면 3만원 선불카드를 받는다길래, 매의 눈으로 스캔 중에.....
제 이름이 스피커에서 나오고 있는 겝니다!!!!!!!!!!!!!!
비...비행기가 뜰려고......
저는 3만원 선불 카드는 커녕, 이미 쇼핑한 것으로 확보한 1만원 선불 카드도 챙기지 못하고
게이트로 날랐죠.
라스트 5명(나같은 사람이 5 이나 있었다니!)의 진상 손님에 당당히 끼여, 두근두근 출국.
나리타에 도착하니, 시체처럼 파리해진 희영이가 게이트 난간에 걸려 있었어요.
얼른 희영이가 좋아하는 주전부리를 사서 입을 막고, 우린 숙소인 신주쿠로 향했죠.
그리고, 저녁엔 보현이랑 만나서 이자까야로 고고.
근데, 그렇게 담배 냄새가 자욱한 곳은 처음.
일본의 불금에 휘말려 아무 자리나 주는 대로 앉았는데, 구석팅이라 공기가 안 빠지는 겁니다.
저, 흡연자랑 살고 있는지라, 어지간한 내성이 있는 줄 알았는데요, 나중에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둘쨋날.
보현과 다시 조우한 우리는, 지유가오카로 갔지요.
좋았어요. 아기자기한 거리, 귀여운 카페.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긴 후 나왔는데, 비가......!
문제는 제가 비에 엄청 약한 "TOMS"신발을 신고 있었다는 거였죠. 것두 거의 첨 신은.
게다가, 파카 입은 사람들을 볼 정도로 너무 추웠어요.
입김이 날 정도로 춥고, 발은 다 젖고.........지유가오카, 시부야, 신주쿠....를 걸어다니는데, 정말...T.T
셋째날.
여전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나리타로 가는 공항 리무진 버스 정류장을 물어 물어 왔어요.
정류소에서 왠 아저씨+할아버지삘의 남자가 뭔가 자꾸 얘기를 걸어 오는 겁니다.
살짝 귀찮고, 짐에 손을 대니 짜증도 나서 "짐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죠.
근데, 알고 보니, 이 아저씨가 리무진 버스 직원이고, 짐을 버스 짐칸에 실어 주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알고 나서, 아저씨한테 짐을 실어 달라고 했더니, 삐지신 듯, "아까는 니가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 이젠 기회 없음"
이러는 겁니다.
너무 빡쳐서, "외국인이 말을 잘못 할 수도 있고, 맘이 중간에 바뀔 수도 있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컴퓨터는 한번 입력하면 고칠 수가 없듯이(응?) 나도 그래..."이러는 겁니다.
아놔, 징짜.
옆에서 그 과정을 다 본 희영이.......
집에 갈 때는 별일 없길 바래.....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집에 다 와서야 선물 꾸러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패닉!!!!!!!
수소문해보니, 김해공항 리무진버스 정류소에 놔두고 온........그 밤에 다시 공항가서 가져 왔다능.
저, 출발은 원피스 입고 트렌치 입고 스타벅스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엣지있게 떠났었었거덩요 OTL
신주쿠, 시부야, 지유가오카의 BOOK OFF에서 건진 보물들.
개고생 중에도 BOOK OFF는 악착같이 갔어요.
SEX의 끝을 보았다는 게, 큰 의미.
해뜨는 곳의 천자는 7권이 끝인데, 모두 해서 700엔. 너무너무 깨끗한 책이었어요. 감격!
오른쪽 제일 위의 "겐지모노가타리, 천년의 비밀"은 나카타니 미키 주연의 영화로도 나왔습니다만,
아.....정말 왠지 찐한 감동이 있었어요. 2권이 정말 끝인지 집에 와서 야후 재팬을 미친듯이 뒤졌다능.
저 흔들리는 손의 주인공은 보현.
담배향 페브리즈를 만끽한 신주쿠의 이자카야.
일본의 젊은이들도 불금을 즐기더군요. 언 나라나 술 문화는 똑같은 듯. 여기저기 비틀거리는 청춘들.
주문을 테이블의 터치 스크린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신기!
보현은 그 와중에 스맛퐁으로 가게의 할인쿠퐁을 찾는 신공을.
의의로, 저 은근슬쩍 보이는 오이 안주가 맛있어요, 입안 개운~.
닭꼬치는 별로. 작은 생선 구이 안주는 제가 젤 좋아하는 것.
지유가오카의 디저트 맛집입니다.
저 사진 찍을 때만해도 비도 안 맞고....발도 안 젖고 좋았죠.
저 다리 사진은 많이 보셨을 수도 있어요.
여행기에는 꼭 들어가 있더라구요.
LA VITA 라는 곳인데, 저 간판같이 이런저런 가게들이 모여 있네요. 들어가 보지는 않았어요.
여긴 갤러리. 전시회 기간이 끝나고 찻집만 했어요.
지유가오카에는 거의 유럽풍의 가게들이 많은데, 이런 옛날 일본 양식의 건물도 있어, 신기.
둘째날 저녁을 떼운(정말....이 단어가 적절해요. 배는 고프고, 춥고, 아무 가게나 찾아 들어갔어요) 덮밥집.
근데, 의뢰로 저렴하고 맛있었어요(배도 고팠지만).
저 콜라....100엔인가 추가하면 나오는 점보 콜라였어요, 중독자로서 왕감동.......
결론은 언니.............후쿠오카 여행가요.
BOOK OFF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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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넬
- 2013.06.17 23:37
오옷- SEX가 7권까지나 나왔었는지 몰랐네. 중간에 때려치운 줄 알았는데.
치사량 도리스랑 T.V. eye는 나도 갖고 있는데, 나머지는 잘 모르겠;;
근데 난 이런 고생고생개고생 여행담 들을 때마다, 안그래도 부족한 여행호르몬들이 마저 소멸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네. 으.. 생각만 해도 편두통이..;
해외여행이라곤, 옛날옛적 영사관에서 보내줬던 그 팔자에 없는 호사스런 여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탓도 있을 듯..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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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tabest
- 2013.06.24 14:04
안 그래도 쿠스모토 마키의 책들을 웬만한 것을 다 가지고 계실 듯 하여 패스하였답니다.
sex말고 다른 작품도 있었는데, 그림체가 변했더만요...제 취향은 아니어서 패스.
언니가 너무 스타트를 멋지게 끊었어요.
그래도, 책이 고플 때 후쿠오카 당일치기 어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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