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갖고 있는 제일 최근 이미지인가..
뱅상 카셀의 '야수'를 본다는 것만으로 잔뜩 기대했던 영환데(감독도 '늑대의 후예들' 감독!), 촬영 중이라는 얘기를 풍문으로 들은 후론 어째 소식이..
여태껏 내가 봤던 야수들 중 탑은 '론 펄만'이었는데, 이걸 보면 아마도 바뀌겠지..

10년 전 쯤 한참 동안 푹 빠져서는, '늑대의 후예들', '크림슨 리버', '라빠르망'.. 등등을 보면서 열을 올렸었드랬다.
피프(이젠 비프?) 때 '증오'로 첨 봤었지, 아마.
캐릭터의 거친 표정이나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눈이 너무 예뻐서, 그 언밸런스함이 첫인상으로 강하게 남았었네.
근데 그런 느낌이 기억 속의 누군가와 닮았다는 생각을 그 뒤로 몇 번 했었고, 그 때는 그게 누군지 도무지 생각이 안났었는데..
생뚱맞게도 하루키 할배의 '1Q84' 덕분에 생각나버린 거다. 내 80년대는 어땠던가..하고 더듬거리다가..
< 운명적인 사랑이나 하드보일드한 모험과는 하등 관계없는 초-개인적인 기억 나부랭이들 (뱅상 카셀 얘기가 아니라능. 데헷-) >
때는 바야흐로.. 무려 1984년.
당시 난 초딩, 정확히 말하면 국민학생이었다.(학년까진 차마..;;)
1학기 때였던가.. 전학 온 녀석이 있었는데, 큰 키에 흰 피부, 긴 속눈썹의 깊은 눈매 때문에 한동안 반 애들이 혼혈이냐고 묻곤 했던 이 녀석..
며칠 간의 적응기가 지나자, 반의 말썽꾼들이랑 어울려서 대장 노릇을 하고 다니는 게 아닌가.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날 정도로, 애들 주제에 남학생 여학생 갈라서 내외하던 분위기 탓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녀석이랑 대화같은 걸 나눈 기억은 없다.
나한테 녀석은 반에 꼭 몇 명 씩 있는 말썽쟁이 남자애들 중 하나였고, 녀석에게도 난 짓궂은 장난을 치며 놀리던 여자애들 중 하나였을 터.
게다 난 그런 장난질엔 늘 개무시로 일관했던지라, 흔한 말싸움조차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그해 가을, 우리 가족이 다른 구로 이사를 하면서 난 전학을 했고, 이 얘기는 여기서 끝... 이 아니었다는 게, 이 밋밋한 추억담의 쓸모없는 반전이랄까.
내가 전학을 한 다음 해, 같은 학교로 그 녀석이 전학을 왔던 거다.(아버지 사업 때문에 전학이 잦다는 얘길 누군가에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반전이란 말도 민망한 것이.. 얘기가 그냥 이걸로 진짜 끝이라는 거.
전학한 학교에서는 반도 달라서 몇 번 마주친 적도 없이 그냥 그렇게 우린 졸업을 했고, 난 그 동네 살면서 여중, 여고, 대학교를 다녔다.
아마도 녀석은 또 이사를 가지 않았을까 싶다. 졸업앨범에 나와 있는 걸 보면 국민학교는 거기서 다닌 모양인데, 그 이후로 그 동네에서 본 적은 없으니.
오랜만에 볕을 본 녀석에 관한 기억들 중 제일 선명했던 건.. 이상하게도 말썽피거나 장난을 치던 모습이 아니라, 사람좋던 담임선생님께 교실 앞으로 불려나와 처음으로 호되게 야단을 맞던 모습이다.
울어서 빨개진 눈을 하고 교실 앞에 서 있던 녀석을 보면서, '까불더니 쌤통'이란 생각보다 먼저 내 머릴 스친 건, '우는 얼굴이 묘하게 예쁘다'는 생각이었.....................!
아... 여기까지 쓰고서야 깨달았네. 이 기억 나부랭이 글의 핵심은 이거였구나.. 내 얼빠짓의 역사는 생각보다 유구했구나.... OTL 오마이 손꾸락~!
결국 이 너저분한 글을 한 줄 요약하면..
'1984년의 어느 맑은 아침, 창가에 서서 꾸중듣던 녀석의 눈물젖은 긴 속눈썹이 햇살에 반짝거리는 걸 본 순간, 어린 나의 의식은 15초 정도 얼빠모드로 전환되었었다.'
진짜 끝! 땡!!
<댓글복사>--------------------------------------------------------------------------------------
- watabest
- 2013.08.06 13:16
근데!!!!!!!!!! "큰 키에 흰 피부, 긴 속눈썹의 깊은 눈매"라굽쇼!!!!!!!!!!! 대박!
과거에 미남과의 추억이 있지 않습네깍! 부럽심.
전학갔는데, 그 애가 뒤따라! 라는 스토리가 어디 흔한가요?
아아...왜 얘기가 거기서 끝이지?
도서관 가봐요, 도서카드 뒷면 주의.
여튼, 얼빠의 꿈나물이셨군요.
ps. 국민학교 때, 등교길의 그 오빠야가 생각나네요, 5학년 부터 졸업할 때까지 등교길서 자주 만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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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넬
- 2013.08.09 11:13
미남이랄까.. 여튼 꽤 묘한 얼굴이었네.
..라기보다 그래봤자 초딩이었다니까, 이 싸람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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